버텍스 파마슈티컬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11월 16일 영국 의약품규제당국(MHRA)으로부터 유전자 편집 치료제 카스거비에 대한 허가를 받은 뒤로 국내에서도 유전자 가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면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편집해 그동안 치료가 불가능했던 유전 질환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치료제가 허가 막바지 절차에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열고 미국 버텍스 파머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유전자 편집 치료제 ‘엑사셀’ 사용 승인을 논의했다. 자문위원들은 “치료제 승인에 따른 이점이 위험보다 크다”는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최초 크리스퍼 유전자편집 치료제 '카스게비' 영국 승인
크리스퍼 유전자편집기술을 활용한 첫 치료제가 영국에서 가장 먼저 승인을 받았다.
버텍스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는 영국 의약품청(MHRA)으로 부터 겸상적혈구병과 베타지중해 빈혈 치료를 위한
크리스퍼 / Cas9 유전자 편집 치료제 카스게비( CASGEVY, exa-cel / exagamglogene autotemcel)가 을 적응증으로 승인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기증자가 없어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이 불가능한 12세 이상의 재발성 혈관 폐쇠성 위기 또는 베타지중해빈혈을 동반한 겸상적혈구병을 적응증으로 하며 영국에서 카스게비 치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 환자는 2000명 정도로 추정됐다.
버텍스의 레쉬마 케왈라마니(Reshma Kewalramani) 대표는 "영국에서 카세비의 승인은 세계 최초의 크리스퍼 기반 치료제가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것" 이라며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역사적인 날"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크리스퍼의 "사마르 쿨카니(Samarth Kulkarni) 대표 역시 "노벨상을 수상한 이 기술이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많은 응용 사례 중 첫 번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FDA와 유럽,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카스게비에 대한 승인검토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FDA 승인목표예정일은 베타지중해 빈혈의 경우 12월 8일, 겸상적혈구병 적응증은 24년 3월 30일로 잡혀 있다.
카스게비는 유전자 가위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기술을 기반으로 환자의 줄기세포를 꺼내 체외에서 유전자 편집과정을 진행하는 이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자가(동종)유래 체외 유전자 편집 세포치료제다.
< 불치병 낙인 벗은 유전병 >
불과 10년여 전만 하더라도 유전병은 벗을 수 없는 천형(天刑)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타고난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게 환자들 본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몸의 설계도인 유전자를 바꿀 방법이 없어 유전병은 고칠 수 없다고 여기던 것이다. 물론 과학 기술이 발전하며 실험실에서는 그게 가능해지긴 했다.
세포에 적당한 처치를 하면 유전자를 바꿀 수 있었지만 사람 몸에는 그렇게 바꿔야 할 세포가 60조개나 있다.
사람 몸의 세포를 하나씩 떼서 실험실로 가져올 수 없을뿐더러, 만약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60조개를 일일이 조작해 정상적인 유전자로 교체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니 유전병은 고칠 수 없는 질병이었고 기껏해야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게 아닌 증상을 완화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인식이 바뀐 건 2012년부터다. 그해에 주요 선진국에서는 최초로 유전자 치료제가 승인받아서다.
이름부터 생소한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라는 게 가능한 원리는 이렇다.
실험실에서 사람이 일일이 세포 하나하나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그 작업을 대신 한다.
특정한 바이러스들은 인간의 세포에 침입하여 자기 유전자를 인간의 유전자 사이에 끼워 넣는 아주 독특한 방식의 생존 전략을 발달시켰다. 외계 괴생명체가 사람 몸에 기생하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기이한 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가령 피곤하면 입술 주변에 올라오는 물집은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일종인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입술 주위의 세포에 침입해서 바이러스 유전자를 세포핵에 심어둔 결과다. 면역력이 강한 평상시에는 세포 속에 잠복해있다가 체력이 떨어져 면역력이 약해지면 세포에서 비집고 나오니 물집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바이러스의 특성을 잘만 이용하면 정상 유전자를 인간의 세포핵에 집어넣어 희귀유전병을 치료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도전은 무수한 도전 끝에 결국 성공했다.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대신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無害)한 바이러스를 골라내고 그 바이러스에 정상 유전자를 집어넣어 실제로 유전병 치료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개발된 최초의 유전병 치료제가 바로 글리베라(Glybera)다.
이 약은 희귀한 혈액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는데 문제는 가격이었다.
평생 한 번 투약받으면 유전병이 치료된다는 점에서 큰 강점은 있었지만, 무해한 바이러스에 특정 유전자를 집어넣는다는 매우 까다로운 제조 과정을 거쳐야 하다 보니 투약 비용을 1회에 100만달러(약 13억원)로 책정했다.
실제로 그 돈을 내고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극소수였고, 결국 개발사는 생산을 중단했다.
비록 허망한 결말을 맞긴 했지만 첫 유전자 치료제의 허가 덕분에 뒤를 이어 무수히 많은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유전자 치료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다. 바이러스를 정상 유전자의 운반체(vector)로 사용하다 보니 정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키우는 화분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텐데 화분에 물 좀 주라는 공지가 나왔을 때 사무실에서 몇 명이나 물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안 주진 않으니 말라죽을 염려는 없겠지만, 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물을 주면 식물에도 별로 좋을 게 없다.
이처럼 바이러스가 정상 유전자를 몇 개나 전달할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이게 유일한 방법이니 부작용을 무릅쓰고 시도하던 거였는데 2010년대 초반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유전자를 정밀하게 교정 가능한 크리스퍼 단백질이 발견된 것이다.
복잡한 기술적 얘기를 빼고 핵심 기능만 살피자면 크리스퍼 단백질은 일종의 유전자 가위다.
특정한 유전자를 콕 집어서 그 부위를 잘라내 교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냥 가위도 아니고 눈 달린 가위에 가깝다.
무차별적으로 정상 유전자를 담은 바이러스를 몸속에 쏟아붓는 방식이 아닌, 정밀 교정이 가능하단 의미다.
다만 특정 유전자를 추적해 교정하는 단백질을 몸속에 직접 보내는 건 아직 기술적 어려움이 많아서 현재로선 몸 밖에서 세포를 교정하는 게 전부다.
그러니 기존의 유전자 치료제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는데 과학자들이 한 가지 꾀를 냈다.
모든 세포를 몸 밖에서 교정하여 다시 되돌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몸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 일부를 교정하고 다시 몸에 집어넣는 건 가능하지 않겠냔 거다.
< 유전자 정밀 교정하는 크리스퍼 기술 >
이번에 허가받은 ‘카스게비(Casgevy)’가 바로 그 전략을 택했다.
원래 정상적인 적혈구는 원반형으로 둥글게 생겨야 하는데 이게 낫처럼 뾰족하게 뒤틀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 낫 겸(鎌)자를 써 ‘겸형 적혈구’라 부르는데, 이런 겸형 적혈구는 산소를 잘 운반하지 못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그래서 겸형 적혈구가 만들어지는 유전병 환자들은 악성 빈혈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는 바꿀 세포가 골수(骨髓)에서 적혈구를 만드는 조혈(造血) 세포뿐이다. 그러니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조혈세포의 비정상 유전자를 교정하고 다시 골수에 넣어주면 정상 적혈구가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런 가설이 다년간의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됐고, 카스게비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XCJGLUHT
출처 : http://www.newsthevoice.com
출처 :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0417
'매매 관리 > 투자 아이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스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1) | 2023.12.07 |
---|---|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0) | 2023.11.08 |
애플은 2024년 초 비전프로 교육 이벤트를 개최할 예정 (0) | 2023.10.24 |
투자 할 때 보는 용어 (1) | 2023.10.10 |
[한겨레 단독] “오염수 영향 전국민조사 필요” 보고서 감춘 질병청 (0) | 2023.10.10 |